그분께서는 설마 이런 공공장소. 그것도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누가 싸질러놨겠냐고 하시면서 쵸코아이스크림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충 갈색 성분을 제외하고 남은 잔여물들로 봤을때 맛없어 보였다.
그럼 확인을 해보자고 했고. 그 흔적들을 따라갔다.
흔적은 화장실쪽으로 나있었다.
나는 그것보라고 분명 싸고서 씻으러 갔다고 했고, 그분은 흘렸으니 닦으러 갔을거라고 했다.
흔적은 남자 화장실쪽에 있었으므로 내가 추적을 계속했다.
세면대 위에는 물이 흥건하고 여기저기 튄 흔적이 보였다.
화장실 2번 사로 문앞에 희미하게 갈색이 보였고... 살펴보니, 신발 뒷꿈치 자국 같았다.
문을 슬쩍 밀어보고서 나는 확신했다.
휴지통에 산처럼 쌓인 휴지들. 변기 시트 왼쪽부분에 문질러진 갈색흔적들...
상황보고를 위해 서둘러 나와서, 내 추리를 말했다.
'한 급한 사람이 서둘러 화장실로 향하고 있다.
그 사람은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방귀가 마렵다.
방귀라도 빼버린다면 장내 압력을 낮출수 있을 것이고 고통은 적어질것이라고 생각하며, 급히 압력밸브를 연다.
하지만 밸브해제 시뮬레이션 결과보다 압력은 훨씬 높았고, 배출되는 엄청난 압력에 그는 무기력 하다.
왼쪽 엉덩이 옆 팬티(변기 시트의 흔적으로 추정)로 변기에서 봐야 할 것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그는 당혹감과 함께 신도림 같이 붐비는 역이 아니었음에 감사기도를 올린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초조한 마음으로 화장실 층으로 이동했고, 서둘러 휴지를 정신없이 잡아당기고는 2번사로로 뛰어든다. 그 평생 이처럼 안락한 때가 없었다.
그리고, 변기에 앉아 자신을 압박하던 남은 놈들을 익사 시킨다.
고통이 해결되고나니 몸을 둘러싼 흔적들이 그를 힘들게 한다.
휴지로 몸에 남은 흔적을 닦아낸다.
한동안 정신없이 뒷처리를 하고나니 바지가 눈에 들어온다.
주변사람의 인기척이 들리는지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물소리가 나며 1번사로의 문열리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발자국 소리가 점점 희미해진다.
다른 소리들은 들리지 않는다.
아까 2번사로에 입장하던 때보다도 더 빠르게 세면대로 향한다.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세찬 물에 마구 옷을 문질러댄다.
귀는 출입구 방향에 열려있다. 그는 생각한다. 풀을 뜯는 아프리카 초원의 가젤만이 본인의 이런 긴장감을 알 것이라고...
젖은 바지를 입고 아무렇지 않은척 하며 다시 출구로 향한다.
그리고, 그는 이수역 근처의 옷 파는 곳이 어디인지 떠올린다.
마음속으로 본인을 계속 위로한다.
'아무도 나를 못봤어... 아무도 나를 못봤어... 아무도 나를 못봤어.....'
출구는 너무 멀다...'
그분께 당당히 외쳤다. "어때. 나의 추리?"
굉장히 불편한 표정을 하며, 주먹으로 여러번 나를 때렸다.
그래..이해해. 내 추리가 맞았으니 기분이 나빴겠지.
그분은 그래도 계속 '공공장소에서 그럴리 없다'고 했다.
이럴 땐 좀 꺾어 줄 필요가 있다!
'후훗. 그럼 저거 한번 만져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