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단하신분인듯...
출처:
http://theonion.egloos.com/4925159
아는 친구들이 여친과 싸우는 걸 보면 대강 흐름이 이러하다:
1) 여친이 화가 났다. 화가 난 이유는 전화하기로 해놓고 안 해서일수도 있고, 돈 안 쓰기로 했으면서 돈을 써서일수도 있다.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2) 여친은 누구라도 화가 날 거라 생각하고, 남친이 미안해 하지 않으면 배신감을 느낀다.
3) 남친은 모르고 있다 (-_-)
4) 여친은 남친이 사과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5) 남친은 여전히 모르고 있다 (-- ) ( --)
이 상태가 몇 번 반복 될 수도 있고, 그냥 한 번만에 임계점에 도착할 수도 있다.
그러다가 다음으로 넘어간다.
1) 여친은 완전히 삐졌다. 말을 안 하거나, 그 외의 방식으로 화가 났음을 알린다.
2) 남친은 화가 났음을 알아챈다. 그러나 왜 화났는지 물어봤다가는 존나 벼락맞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왜 화났는지도 몰라??@#$!!@#) 열라 머리를 굴려 뭔 잘못을 했는지 뒤져본다. 물론 엉뚱한 거 가지고 사과하면 그것 역시 벼락이다.
3) 모르겠다. 그냥 왜 화났냐고 물어본다.
4) 여친은 빵 터진다.
5) 남친은 사과한다/설명한다 (보통 이 상황에서 설명보다는 그냥 사과가 더 잘 통한다 -_-)
6) 여친은 사과와 싹싹빔과 그 외의 상황 수습이후에 마음을 푼다.
7) 남친은 상황이 수습되자 안심한다.
이 걸 꼭 프로그래밍 상황에 빗대자면, 에러메시지 하나 안 내던 프로덕션 서버가 갑작스레 홱 자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당장 들어가서 밤새 고쳐야지. 그런데 다음에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할 거 아닌가. 그러므로 프로그래머는 패치를 준비하거나, 그런 일이 일어날 경우에 어떻게 일 처리를 하는가를 대강 정의해둔다. 에러를 일으키는 요소를 없앨 수도 있겠다. (물론 이런 식으로 여친을 관리한다는 거 들키면 여친 당장 입에 거품물고 넘어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이 패턴이 반복되면서 남친은 점점 분해지기 시작한다. 왜 화났는지 모르고 있다가 빵 터지면 당하는 것도 자신, 잘못했다고 빌어야 하는 것도 자신이다. 그리고 여친은 '용서해주는 것'만으로도 난 널 많이 봐준, 이해심 만빵의 여친이라는 식으로 대한다. 그리고 당연히 네가 잘못했으니 내가 화를 내도 당연하다는 태도도 보인다. 남친 입장에서는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화를 내서, 혹은 내가 이해/납득할 수 없는 것으로 화를 냈으니 짜증이고, 그것이 다 자기 잘못이라니 그것도 환장할 일이고, 자다가 얻어맞은 격인데 사과하고 다 뒤집어쓸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조심해야 한다니 그처럼 억울한 게 없다. 프로덕션 서버 자빠져서 고치고 위기를 모면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매주 아마게돈 찍기는 스태미너도 딸리잖아.
이것이 반복되며 남친은 사과할 마음을 잃는다. 내가 정말 이렇게까지 하면서 매달려야 하나하는 회의도 들기 시작한다. 여자쪽에선 이런 남친을 '내가 어떻게 해도 다 받아주는 착한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여자는 남자에게 조금씩 더 기댄다. 그러나 '내가 납득할 수 없는 것'에 늘 사과해야 하고 조심해야 하는 남자의 마음은 점점 식어간다. 결혼을 했거나 애가 있다면 그냥 같이 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이별은 조금씩 조금씩 다가온다.
네가 왜 화났는지 몰라서 신경질이 난다면 나는 네 이야기를 듣는데, 왜 너는 화났을 때 설명해달라는 내 요구는 들어주지 않지?
네가 화났다면 난 내가 잘못한 것 같지 않더라도 사과하는데, 왜 넌 내가 그렇게 다 받아준 후에도 나에게 먼저 마구 화를 낸 것에 대해서 사과를 하지 않지?
지금 현재 바로 위의 상황에 닿은 친구가 ... 네커플? 친구는 다 IT 사람들이다.
로 봇같이 보일지 몰라도 (...-_-) 화가 나긴 난다. 감정적으로 덤비지 않는다고 해서 화가 덜 난 건 아니다. 또 보통 사람들보다 더 안 좋은 점이라면, '비논리적으로 이성을 잃는다'는 건 상당한 결점으로 보고, 더 이상 동등하게 (논리로) 대할 수 없음으로 분류해버린다는 것 (예외처리 해당. 으하하.)
그러나 저 위의 친구들이 여친과 사귄 기간이 3-6년이라는 것을 참고할 때, 참을성(맷집)은 좀 더 센 듯 ㅡㅡ??
# by | 2009/04/25 00:19 | Essays | 트랙백 | 핑백(1) | 덧글(14)
-------------------------------------------------------------------연애만 9년차인 나의 정곡을 제대로 찌르는 글이다.
나 이분 팬 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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